2011년 부산저축은행 뱅크런으로 24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고, 피해자만 10만 명에 달했다. 최근 미국 중소형 은행의 안정성 우려 속에 국내 저축은행들의 부실 우려와 위기설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SBI, OK, 웰컴, 한국투자, 페퍼 등 5대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 소식과 지방저축은행들을 포함한 우리나라 저축은행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함께 살펴보자.
우리나라 저축은행은 안전한가? 현실과 구조적 문제점
저축은행 위기설
미국과 유럽에서는 SVB, CS의 위기에 이어 중소형 은행들에 대한 우려로 뒤숭숭하다. 우리나라도 12년 전 24개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 우려가 하루아침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저축은행에 대한 불안과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년 전만 해도 저축은행 전체의 연간 순이익이 2조 원에 달했지만, 작년부터 이익이 줄어들더니, 올해 초에는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2021년 1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순이익이 4,000억 원대였지만, 2023년 1분기 저축은행 순이익 합계가 9년 만에 600억 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저축은행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전국의 79개 저축은행 중 25~26개 정도는 1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를 기록한 저축은행은 대부분 예금 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대출을 많이 기록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금을 많이 유치하고, 대출도 많이 해주는데 왜 적자가 발생한 것일까?
저축은행의 사업 구조
저축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으로 자산을 확보하고, 확보된 자산으로 대출을 해서 운영되는 구조이다. 그런데 최근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에 해당하는 자산확보를 위한 예금금리는 높아지고, 대출부문에서도 부실대출과 대출충당금 기준이 강화되어 충당금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근본적인 사업구조 상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고금리 예금 증가
저축은행은 예금이 거의 절대적인 자금조달 방법이다. 시중은행이나 신용카드사 등은 예금 외에도 은행채나 여전채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있지만, 저축은행은 거의 예금에 기대어 은행의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적정 수준의 예금 금리를 운영해야 하는데,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예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구조이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중 금리가 많이 올랐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저축은행은 제1금융권과 예금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고, 제1금융권이 5%, 저축은행은 6%대까지 예금금리가 올랐다. 고금리 예금상품이 많아지면서 고스란히 수익구조가 안 좋아지는 구조이다. 작년에 유치했던 고예금 금리 상품이 지금까지 저축은행 수익구조에 안 좋은 부담을 주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저축은행 금리는 연 3%대로 떨어졌다가 예금 잔액이 줄어들자, 4월 들어 다시 4%대로 예금금리를 올려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를 1%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이 4.5%, 웰컴저축은행도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가 4.5%로 SBI, OK, 웰컴, 한국투자, 페퍼의 5대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는 현재 3.6~4.5%의 예금금리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출 충당금 증가
모든 금융회사는 대출 원금을 받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서 충당금을 쌓아놓아야 하는데, 저축은행 또한 1분기에 그 부담이 많이 늘어났다. 저축은행의 대출이 많이 늘어났고, 대출 금액 중에 대출 연체율이 5%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부실 대출만큼 쌓아놓아야 하는 대출 충당금 부담이 커졌다.
올해부터 제2금융권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되었다. 예전에는 마이너스 통장을 약정 개설만 해놓고 실제로 마이너스를 안 쓰면 금융회사가 충당금을 쌓아 놓지 않아도 되었지만, 올해부터는 마이너스 통장을 발행하면 실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수도권 저축은행과 지방 저축은행
저축은행이 가지고 있는 사업구조적인 문제 외에 지방 저축은행의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 소형 저축은행 중에 개점휴업인 상태로 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온 곳이 상당수 있다. 지방 일부 저축은행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곳도 있어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 3개월 연체된 부실 대출금에 대비해서 쌓아놓은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100%가 안 되는 곳이 무려 33곳에 달하고, 대부분이 지방저축은행이다. 그만큼 지방 저축은행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위기가 터질 때는 가장 취약한 고리부터 터지기 때문에 특히 지방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것이다.
지난 4월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의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 2곳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1조 단위의 큰 손실을 보았고, 예금인출이 어려울 테니 당장 인출하라는 루머가 문자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는 사태가 있었다. 다행히 저축은행중앙회와 정부 당국이 빠르게 대처해서 큰 사태로 번지지는 않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바로 이러한 조그마한 불씨가 뱅크런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고, 지방 저축은행은 특히 취약하다.
수도권 대형 저축은행들 중에 특히 OK저축은행은 2022년 9월 OK저축은행 부평지점의 직원이 고객 예금 2억 원을 횡령하는 사건에 이어, 2023년 5월에 또다시 OK저축은행 선릉지점 직원이 고객 예금 5,000만 원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저축은행의 투명한 관리 체계와 신용 또한 저축은행이 가지고 있는 숙제 중 하나이다.
저축은행의 PF 대출 안전한가?
저축은행의 사업 부문 중에 PF대출은 저축은행이 부실하게 되는 가장 취약한 고리로 인식되고 있다. 12년 저축은행 사태 때는 저축은행의 부실한 PF대출 심사로 대출을 진행했다가, 부동산 침체 등으로 저축은행이 PF대출 부실 채권을 떠안으면서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영업정지 당했고, 예금자들의 불안과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지금은 당시에 비해 PF관련 대출규제가 많이 강화되었다. 저축은행이 PF대출을 하려면 부동산 개발 사업자가 자기 자본 20%를 확보해서 자금능력을 갖추어야만 나머지 80%를 PF대출로 인출해 주고, 사업장별로 대출 한도도 최대 120억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업장이 줄도산하지 않는 이상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 좋아지는 상황에는 여전히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축은행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축은행은 근본적으로 사업 구조에 위험 요소들이 있고, 특히 지역 저축은행들은 사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이에 저축은행이 좀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의무대출 비율과 영업지역 제한
현재는 상호저축은행법에 의해 전국을 6개 구역으로 나누어 그 구역 안에서 주된 영업을 하고 부수적으로 타 지역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영업지역을 제한하고 있다. 의무 대출 비율을 정해 일정 비율은 자기 구역 안에서 대출을 진행하고, 나머지 비율은 타 영업지역으로 진출해서 대출 등의 영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실 수도권 저축은행은 큰 문제가 없다. 수도권 지역만 해도 예금 유치도 그나마 가능하고, 고금리로 대출해 줄 고객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 저축은행이다. 지방 저축은행은 자기 지역에 할당된 대출 비율을 먼저 진행하고, 다른 지역에서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데, 자기 지역 안에서 대출고객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
M&A 활성화
업계에서는 의무 대출 비율을 낮추어 줄 것과 중금리대출을 열심히 할 테니 영업지역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영업지역제한 규정은 저축은행이 경영 악화로 회사를 매각하고 싶을 때 수도권 저축은행은 타 지역 저축은행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역 저축은행끼리 합병을 할 때에도 2군데 지역까지만 합병을 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금융당국은 영업구역이 아예 다른 저축은행이 합병해서 영업구역을 넓히는 방안과 지방저축은행을 아예 지방은행으로 전환시켜서 각 지역의 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등의 법적 난관이 있다. 또 영업지역 제한규제를 없애면 지방 저축은행이 수도권으로만 대출을 하려 하고, 지방에서는 대출을 받고 싶어도 대출받기가 힘들어질 우려도 있다.
2023년 미국,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부실 문제들이 그들의 문제만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저축은행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사업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고, 특히 지방 저축은행들의 사정은 더 힘들어 보인다. 강한 자만 살아남고 취약 부문은 내버려지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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