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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

간호법 제정과 해외사례 - 경과, 간호법 내용, 찬성과 반대 이유, 미국과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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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제정을 놓고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4월 13일로 예정되어 있어 오랫동안 묵혀 있던 의료계의 갈등과 이익 챙기기 현상이 격해지고 있다. 간호사법 제정의 진행 경과, 찬성과 반대 이유, 해외사례 등 간호법과 관련된 핵심 사항들을 살펴보자.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찬성과 반대가 심해지고 있다.

 

 

>>간호법 제정

간호법 제정 개요

간호법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관련법으로 제정된 ‘의료법’과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부터 간호사, 간호조무사, 조산사, 요양보호사 등 간호인력에 관련된 내용을 별도로 독립시키는 법안이다. 의료법에는 의사의 업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규정하고, 간호사의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정의하고 있다. 의사는 의료행위의 주체이고, 간호사는 진료 보조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간호사법의 독립적인 제정을 추진하는 간호사, 학계, 국회의원들은 간호인력의 주체적인 역할과 처우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의사, 간호사, 보건의료 종사자들 간에 입장이 매우 달라 갈등 양상을 보인다.

 

 

 

 

간호법 내용

간호법을 추진하는 간호계의 핵심 취지는 간호인력의 역할이 보조적인 역할로 한정된 것에서 탈피하고, 간호인력에 대한 처우개선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2021년 3월의 여야 국회의원 3인의 최초 발의안에는 이러한 취지가 어느 정도 충실히 담겨 있다.

 

2022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본회의에 상정하는 ‘간호법 제정안’에는 간호 업무 범위는 기존과 같이 유지하고, 처우개선 정도의 내용만 들어가 있다. 찬성과 반대 견해가 팽팽한 가운데 우선 간호 업무의 지위는 우선 기존과 같이하더라도 간호법 자체의 독립적인 법안을 만드는 것에 일차적인 목적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진행 경과

  • 1970년대부터 간호계는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 1990년대 연세대 간호 정책연구소 중심으로 간호법에 대한 학술연구를 진행하여 현재 간호법 제정안 발의의 바탕이 되었다.
  • 2005년, 2019년에 두 차례 간호법을 발의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 2021년 3월, 국민의힘 최연숙, 서정숙 의원과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의료법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간호 업무를 독자적인 법률에 담아 구체적으로 정하고, 전문인력 양성,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취지로 간호법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의료법에는 간호 업무가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되나, 발의안에는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2022년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다.
  • 2022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발의안 3개를 모은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다. ‘간호법 제정안’에는 간호 업무 범위는 현행 의료법과 같이 유지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간호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숙련인력 확보를 책임지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케 하는 내용으로 원 발의안보다는 많이 양보한 내용이다.
  • 2023년 2월 9일, 법사위 심사가 8개월 넘게 지연되자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간호법 제정안’을 본회의에 직접 부의하기로 한다.
  • 2023년 4월 13일 ‘간호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간호법 관련 찬성, 반대 견해

간호법 찬성

대한간호협회는 건강의 패러다임이 병원, 치료 중심에서 지역, 예방관리로 바뀌고 있고, 간호 서비스의 영역이 병원을 벗어나 노인요양원, 보건소, 학교, 사업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서, 간호사의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간호사 업무가 세부화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독거 어르신, 장애인 가정 등에 대응하는 데도 제도 정비가 필요한데, 지금의 의료법으로는 고령화에 따라 날로 수요가 증가하는 돌봄 대응이 어렵고, 현 의료법이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경제 수준 향상으로 달라진 보건의료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여 의료 시스템의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

 

현 의료법으로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소속 간호사가 환자를 찾아가 하는 채혈 등 간단한 의료행위도 의료법상 불법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서비스 제공 체계를 짜기 위한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간호법 찬성
간호법 찬성 집회를 열고 있는 대한간호협회

 

간호법 반대

의사(대한의사협회), 간호조무사(대한간호조무사협회), 응급구조사 등의 13개 유관 단체가 ‘간호법 저지 13개 단체 보건복지 의료연대(의료연대)’를 결성하여 폐기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법에 규정된 다른 의료인은 그대로 두고 간호인력에 관해서만 독자적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간호법이 따로 만들어지면 이후 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 권한만 비대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간호사의 처우개선은 보건의료 인력지원법 개정으로 충분하고, 간호법 제정은 과잉 입법에 해당하며, 간호법 제정으로 소방, 해양경찰, 산업시설, 스포츠시설 등 보건의료인이 있어야 하는 여러 분야의 수요가 간호사로 쏠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 기관은 업무 범위를 엄격히 제한받는 응급구조사보다 포괄적 업무가 보장되고 한해 3만여 명씩 배출되는 간호사를 선호할 것으로 우려한다.

 

간호사법이 제정되면 일원화된 국내 보건의료 체계를 흔들고 다른 의료 인력과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 수직적 업무 관계를 전제로 하는 현행 의료법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간호법은 간호사들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발상으로 일원화된 의료법 체계와 협업 시스템을 훼손하여, 의료계에서 갈등만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간호법 반대
간호법 반대 1인시위를 열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제삼자

보건의료 법체계를 흔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단체 간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간호법 제정이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료연대에 속해 있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학원이나 특성화고 졸업자만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을 응시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을 간호법에서는 바꿔야 한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간호법 해외사례

간호법과 관련한 해외 입법사례에 대해서도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조사하여 발표해 왔는데, 간협은 간호법이 독립적으로 있는지의 형식보다는 관련 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규정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고, 의협은 간호법이 별도로 있느냐 없느냐를 기준으로 정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가공하여 발표하곤 했다.

 

간협과 의협의 조사

이러다 보니, 간협에서는 OECD 33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96개국이 간호법을 실질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하고, 의협은 OECD 38개국 중에 독립적인 간호법을 가진 나라는 11개국뿐 이라며 해외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간협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이렇듯 해외사례도 서로 자신이 주장에 유리한 쪽으로 기준을 정하여 논리화하며 대치하고 있다.

 

정부 조사

2023년 2월 보건복지부는 총 11개국에 대해 간호법 사례를 조사했는데, 미국과 영국을 포함해서 일본, 덴마크,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의 7개국은 간호법이 있고, 프랑스, 핀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호주의 5개국은 간호법이 없는 나라로 확인했다. 미국은 주마다 간호법이 있어 간호사를 독립적인 전문 직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도 2001년 ‘The Nursing and Midwifery Order’에서 간호사를 약사, 치과의사와 동등한 수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계 조사

2019년 연세대 의료법 윤리학연구원의 ‘간호 단독 법 제정 필요성과 실현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OECD 등 고소득 24개국 중에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싱가포르, 홍콩, 바하마, 브루나이 등 13개국이 간호법을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프랑스와 아이슬란드는 간호법을 하위 법령으로 둔 나라로 분류했다. 15개국을 실질적인 간호법 보유국으로 본 것이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간호법 입법을 세계적인 추세로 인정하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보건의료 환경이 변화해야 하고, 이에 따라 간호인력의 독립적인 역할을 규정하는 간호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외사례의 추세가 반드시 반드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하는 근거와 이유가 되기는 힘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간호법을 왜 제정해야 하는지, 간호인력의 위치와 역할은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는 우리 사회 내의 논의와 협의로 결정해야 하는 주제이다.

 

2023년 4월 13일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가운데, 간호법 제정을 놓고 대한간호협회와 보건복지 의료연대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료계가 서로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의 각 분야가 계층 간 갈등을 보여 주고 있다. 의료계 먼저 기득권층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고, 간호계 또한 공익을 진정으로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사회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는 훈훈한 케이스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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