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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문

오에 겐자부로의 삶과 작품 - 평화의 씨앗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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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눈부신 삶과 작품이 그의 죽음 뒤에 더 빛나고 있다. 천황제, 신사 참배, 이라크 파병 등 우익과 관습이라는 두꺼운 지층 위에서 노골적인 협박과 권력의 달콤함을 거부하고 평화와 민주를 외친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의 삶과 작품을 살펴보자.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

 

>> 오에 겐자부로의 일생

 

창작 활동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로 1935년 에히메현 우치코정 오세히가시 시코쿠 마을의 전통 깊은 무사의 집안에서 출생하여 2023년 3월 3일 도쿄에서 별세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별세한 지 10일이 지난 13일이 되어서야 일본 언론에 보도되었다.

 

1957년 <기묘한 아르바이트>로 데뷔하고, 1958년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 수상한다. 초기에는 전후 일본 청년들의 방황, 민주주의와 진보 등 '역사 대면'을 다루고, 1963년 장애 아들의 탄생 이후에는 '아들로 인한 시각의 변화'를 소설에 담고 있다. 

 

1994년 "만엔 원년의 풋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데, 일본의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사회 운동

오에 겐자부로는 반전체주의, 반군국주의, 반덴노주의, 반권위주의, 반핵, 반전 등을 주창했는데, 일본 우파의 반대편에서 사회적 양심에 따라 실천한 일본의 양심 있는 인물이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과거를 통렬히 반성하고, 그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본의 견고한 관습과 우파들의 사고방식을 깨뜨리려 했던 그의 다양하고 일관된 사회운동을 아래에서 살펴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에 아키히토 덴노(천황)가 주는 문화훈장, 문화공로상 등을 거부했는데,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권위와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민주주의에 위에 있으려는 천황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일본 자위대가 파병 등 군사 원조를 반대하였고, 2004년에는 '9조의 모임'을 결성하여 일본 정부에 '전쟁의 포기'를 담고 있는 "헌법 9조(평화헌법)의 유지를 촉구"하는 등 반전, 반군국주의 운동을 벌였다. 패전 이후 맥아더의 강제 하에 제정된 일본의 헌법은 1조에서 8조까지는 황제의 지위를 규정하고 있고, 실제적인 헌법은 9조부터 시작되는데, 이 9조에 '전쟁의 포기' 내용이 규정되어 전쟁을 위한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시민사회는 이 9조를 개정하려는 우파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있다. 

 

2006년 5월 18일 고려대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음의 자유로 이야기하는데, 왜 야스쿠니 신사를 위해 그런 마음의 자유를 쓰느냐고 묻고 싶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011년 사카모토 류이치 등 일본 저명인사들과 함께 원전 철폐를 요구하는 천만명 서명운동을 벌였다. 

 

2012년에는 영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발언하면서 독도, 센카쿠 열도는 일본의 침략 지역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에는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중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지만 아직도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오에 겐자부로는 한국의 독재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었는데, 1975년 김지하 시인 탄압에 항의하는 단식 투쟁을 벌이고,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15명의 일본 지식인과 군부 쿠데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만엔 원년의 풋볼히로시마 노트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로의 작품

만엔 원년의 풋볼 

1860년 오에의 고향 시코쿠 마을에서 일어난 민중봉기를 100년이 지난 1960년의 안보 투쟁과 연계하여 소설화한 작품으로, 국가 폭력, 피폐해진 개인의 삶, 자살, 근친상간 등을 소재로 하여 독특한 구성과 문체로 서술한 가장 오에다운 소설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만엔 원년의 풋볼로 1994년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히로시마 노트 

1963년~1964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를 방문하여 끔찍한 후유증 속에서 살아가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르포르타주이다. 일본 부흥의 구호를 외치는 사회 한 편에서 그늘져 살아가는 피폭자들은 자살 시도와 현실을 넘나들며 살아간다. 오에 겐자부로의 반핵, 반원전 운동의 근원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인 체험

장애아 아이를 둔 주인공 버드가 자신의 아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지적장애를 안고 태어난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 오에 히카리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평생의 친구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인 이타미 유카리와 1960년 결혼하고, 1963 장남 히카리가 뇌 이상을 가진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개인적인 체험> <허공의 괴물 아구이> <핀치러너 조서> 등 오에 겐자부로의 후기 작품들은 바로 이 장애 아들로 인한 소재가 주를 이루는데, 장애를 가진 아이의 성장과 장애아와 성장하는 부모를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의 관심 속에 오에 히카리는 작곡가로 성장했고, 오에 겐자부로는 이 작품으로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체인지링우울한 얼굴의 아이책이여 안녕
오에 겐자부로의 만년 3부작 

만년 3부작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의 마지막 소설들이 될 거라 했던 3부작이다. 첫 번째 소설 체인지링은 친구이자 처남인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겐자부로가 노년이 되어 자살한 친구 주조를 모티브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Changling은 아름다운 아기가 생기면 요정이 흉한 아이와 바꿔놓는다는 설화에서 나온 말로 흉한 아이를 체인지링이라고 일컫는다. 한 남자의 자살과 남겨진 가족의 상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체인지링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로, 주인공 고기토가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비극적인 가족사에 새로운 희망을 채우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책이여 안녕>는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우울한 얼굴의 아이의 주인공 고기토와 그의 친구 시게루의 이야기를 통해 국가의 폭력에 대항하는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오에 겐자부로는 창작가이자 실천가의 삶을 살았다. 우파의 목소리가 득세하는 일본에서 과거의 반성, 민주사회, 권위척결, 반핵 반전 등을 양심의 목소리와 삶으로 살아내었던 행동가이다. 오에 겐자부로를 추억하며 작품과 삶으로 심어온 오에의 씨앗이 평화의 싹으로 돋아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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