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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문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 북리뷰, 포수 무직 담배팔이 안중근 우덕순의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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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의 김훈 작가가 쓴 장편소설 [하얼빈]을 읽고 리뷰한다. 김훈 작가의 촌철살인 같은 간결한 문체와 포수이자 무직이었던 안중근과 담배팔이 우덕순의 말없는 전진이 마음속에 깊이 남는 작품이다. 역사책 속에서 무미건조하게 반복되던 안중근을 내려놓고, 아직은 살아있는 청춘 중고등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안중근을 말하는 [하얼빈]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
김훈 장편소설 하얼빈

 

 

하얼빈, 간결함과 강력함에 대하여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은 간결함과 강력함을 지닌다. 소설 하얼빈의 간결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안중근의 삶이 그러한 것일까 아니면 김훈 작가의 글을 풀어내는 문체가 원래 그런 것일까? 하얼빈은 또 강력한 무언가를 던진다.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묵직한 그 무엇은 오늘 우리 시대에 어떻게 풀어헤쳐질 수 있을까?

 

 

 

 

간결함의 이유?

숨 막히는 간결함

문체가 간결하다 못해 냉정하게 느껴진다. 길게 수식어를 늘어놓은 여유 있는 묘사 대신, 과묵한 화자가 짧게 사실 관계만을 진심으로 내뱉어 놓듯이 그렇게 글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꽤 많은 장면들이 262 페이지라는 짧은 분량 안에 담길 수 있는 이유이다.

 

안중근을 담는 그릇

문체가 이러한 것은 안중근의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면서도 안중근 이야기의 역사적 실체와 긴박성을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짐작된다. 긴박한 이야기에 여유 있는 묘사는 사족이 될 뿐이다. 짧은 문장을 드나들면서 오히려 현장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그려내게 된다.

 

 

대련의 뤼순감옥에 갇히는 안중근 의사
대련의 뤼순감옥에 갇히는 안중근, 신문 도중 자신의 직업을 포수와 무직으로 말한다.

 

 

작가의 방식

김훈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작가의 문체 자체가 태생적으로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간결하게 핵심을 드러내는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이 간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작가의 다른 소설에도 비슷한 문체가 묻어나는지 궁금해진다.

 

 

 

 

강력함의 이유?

나는 안중근을 모른다

백 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또 안중근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안중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안중근의 총성 소식은 접했지만, 그의 생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총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도 생각해 볼 겨를은 없었다.

 

황해도의 뼈대 있는 집안, 프랑스 천주교의 세례, 결혼과 대의를 위해 떠나는 마음, 연추-블라디보스토크-하얼빈으로 이어지는 실행과정, 우덕순의 우직함과 안중근과의 동지 의식, 뚜렷한 목표 속에 이토의 죽음 후에 더 치열하게 이어지는 변론과 외침 등 그를 둘러싼 이야기가 숨 막히게 전개된다.

 

강력함의 실제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듯, 소설 안중근은 역사적 사실관계의 고증의 바탕 위에 매우 현장감 있게 압축되어 쓰였다. 하지만 작가가 밝히지 않았더라도 작가의 문체와 전개 자체에 소설의 틀을 넘어서는 진실과 역사의 외침이 느껴진다.

 

 

뤼순 감옥에서 쓴 "안응칠 역사"
안중근 의사의 상징이 된 약지가 잘린 왼손 단지장, 뤼순 감옥에서 쓴 "안응칠 역사"는 본인의 일생을 쓴 자서전이다.

 

 

안중근의 강력함이 풀어헤쳐질 때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 속에 바다 위 플라스틱처럼 떠돌던 역사 속의 안중근은 소설 안중근으로 인하여 이제야 진심이라는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1909년 안중근의 진심을 오늘에 다시 느낌으로 이제 안중근의 숙제는 우리에게 이어진다. 그가 의도했던, 그가 그럴 수밖에 없던 그것은 작가의 간결한 문체로 뭉쳐졌다가 이내 우리 맘 속에 풀어헤쳐진다.

 

 

 

 

김훈의 장편소설 [하얼빈]에 시구처럼 함축적으로 담긴 안중근 이야기는 당시의 안중근이 매우 폭넓게 세계정세와 동양 정세 속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했듯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통렬하게 살펴보게 한다. 미-소, 미-중 간의 구도 속에서 휘몰아치는 세계정세, 그 속에서 망망대해의 돛단배처럼 항해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려진다. 마침 오늘과 내일 한일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니, 하얼빈에서 방아쇠를 당긴 안중근의 외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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